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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침묵과 밤의 정적에 묻힌 조그만 기와집은 사람의 거처 같지가 않았다. 그는 민첩한 동작으로어둠을 벗어나 월녀네집 처마 밑으로 파고들었다. 방 셋에 부엌 하나인 집 구조는 오래도록눈에 익은 것이었다. 부엌과 붙은 방이 그녀들의 안방이었고, 그 옆방은 신을 모신 신당이었다. 부엌에서 꺾여 붙은 것은 헛간방이었다. 정하섭은 안방 쪽으로 빠르게 몸을 움직여 문에귀를 기울였다. 전혀 인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혹시 어디로 굿 떠난 것은 아닐까. 정하섭은 일순 낭패감에 빠졌다. 굿이 성할 계절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는 손가락에 침을 묻혔다. 그리고 격자문의 창호지에 구멍을 냈다. 구멍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는 방안은 바깥보다 한결어두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잠들어 있는 어렴풋한 윤곽은 이내 파악할 수 있었다. 정하섭은안도하며 문고리에 손을 뻗치다가 멈칫했다. 부엌과 신당으로 빠른 눈길을 보냈다. 그는 기민한 동작으로 부엌 안을 확인했고, 신당의 문에 구멍을 뚫어 샅샅이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