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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아름민별 2017. 3. 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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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섭은 스스로를 안심시키듯 분명한 어조로 혼잣말을 하며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위원장은 사소한 실수로 야기될지 모를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위원장다운주도면밀한 조치였다. 그는 거의 웃는 일이 없이 냉혈적인 침착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정하섭을 불렀을 때는 다소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이었다. "사태가 우리한테약간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똑히 들으시오. 이건 당의 명령이오." 당의 명령이라는 전제 앞에서 정하섭은 반사적으로 부동자세를 취하며 긴장했다. 당의명령은 '사태가 약간 불리한' 정도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취해야 하는 행동은 결정적인 패주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하섭은 묵묵히 명령을 수령하는 자세를 지켰다. 명령 앞에서는 그 어떤 이의제기나 회의적 질문이 용납될 수 없다는 불문율 때문에 아니었다. 직감적으로 느끼기에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 급박해져 있었다. "날이 새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하고, 임무수행을 하는 동안 몸은 계속 은폐시켜야 하오." 그리고 큰길을 버리고 산길을 타면서도 담배 한 대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은 사방이 적의 감시 속에 에워싸여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 위기의식에 쫓기며 육십리 길을 내달아오는 동안 정하섭의 곤두선 신경은 산소용접기에 닿은 쇠붙이처럼 무수한 불똥을 튀기며 타들었다. 습관적인 몸짓인 듯 정하섭은 흘러내리지도 않은 머리칼을 쓸어올렸다.